
3월 27일 월요일. 역 근처 숙소가 좋긴 한데, 모닝콜이 좀 요란합니다.

날씨가 좋네요. 가고시마와의 첫 인상이 좋습니다.


간지나는 회색 특급 키리시마를 타고 규슈 남서쪽 미야자키로 갑니다.

열차에서 활화산 사쿠라지마가 보이네요. 여길 지나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심지어 휴대폰도 잘 안터집니다.

숙면을 취하고, 미야자키역 전 역인 미나미미야자키역에서 내립니다.

미야자키에 어서오세요.

보통열차를 타고, 니치난선을 따라 더 남쪽으로.

아오시마. 미야자키시에서 그나마 가까운 관광지입니다.

역이 무슨 컨테이너 박스처럼 생겼네요. 화장실도 엄청 열악합니다.

야자수가 있네요. 당장 3주 전에 홋카이도에서 설국을 봤었는데 말이죠. 비슷한 시기에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사람이 은근 많아요. 이 시기는 어느 관광지를 가든 사람이 붐비는 것 같습니다.

저 작은 섬이 아오시마입니다.

바다가 정말 아름답네요. 1960년대 일본 최고의 신혼여행지가 미야자키였다는데, 이유를 알겠습니다.

오니노센타쿠이타(鬼の洗濯板, 도깨비 빨래판)라는 이름이 붙은 신기한 지형입니다. 이암, 사암으로 이루어진 퇴적지층이 오랜 기간 파도에 침식되어 만들어졌답니다.


그렇게 크지 않은 아오시마의 대부분은 아오시마신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삼륜오토바이 투어도 있어요. 부티가 줄줄 흐르는 분들이 주로 이용하더라고요.

울창한 야자수 숲 속에 아오시마 신사가 있습니다.

결혼과 순산, 항해의 안전을 관장하는 신을 모시는 신사라네요. 그래서인지 젊은 부부가 많이 있습니다.

신사 앞에는 신을 참배하기 전에 더러운 몸과 마음을 씻는다는 의미로 손 씻는 곳이 있는데, 여기는 특이하게 용 모양 장식이 되어있네요. 꽤 정교합니다.


울창한 숲 속을 따라 들어가보면 원궁이 있습니다. 섬의 가장 신성한 힘이 모인다는 곳입니다.



아메노히라카나게(天の平甕投げ)라는 의식인데, 도자기 접시를 던져서 돌로 둘러 쌓인 신의 거처에 넣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섬을 한 바퀴 돌아봅니다.

후지산 근처 야마나시현을 시작으로 자전거로 일본일주 중이시네요. 만나서 한 번 얘기하고 싶은데, 자전거만 남겨두시고 사라지셨습니다.

서핑하기 딱 좋은 파도와 날씨.


바닷가 근처에는 작게 식물원이 있어요.

담배 자판기. 지금은 작동을 안하는 것 같긴 한데, 성인 인증을 어떻게 했을지 궁금합니다.

짧게 아오시마를 돌고, 미야자키 시내로 돌아갑니다. 남규슈도 열차 배차 간격이 너무 길어 느긋하게 관광하기가 힘드네요.

니치난선 열차들은 웬만하면 미나미미야자키역이 종점입니다. 미나미미야자키역에서 미야자키역으로 가는 열차로 갈아탑니다.

아오시마를 너무 대충 봤지만, 전혀 아쉽지 않습니다. 애초에 미야자키를 온 목적이 그게 아니었거든요. 미야자키 명물 음식인 치킨 난반을 먹으러 왔습니다.

원래는 치킨난반의 원조라는 오구라 본점을 가려고 했는데, 여기가 더 맛있다는 평이 많아서(오구라 본점은 가슴살을 쓰는데 여기는 다리살을 쓴다네요) 와 봤습니다. 치킨난반은 오늘의 정식(日替わり定食)으로 월요일, 토요일 점심에만 판매한다고 합니다. 운이 좋네요.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 드디어 입장. 열차 시간이 촉박해서 느긋하게 먹을 여유가 없는게 아쉽습니다.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것 같은데, 팀플레이가 엄청 유기적입니다. 따님이 주문을 받으시고, 주인 할아버지는 쉴새없이 치킨을 튀겨 단촛물에 졸이고, 아드님은 플레이팅을, 할머님은 음료 담당이십니다.

정식에 포함된 음료. 커피, 콜라 등도 선택 가능합니다. 음료를 음식이 나오기 전에 받을건지, 다 먹고 받을건지 세심한 부분까지 물어보시네요.

2시간 반을 열차를 타고 온 목적입니다. 이 구성에 음료까지 단돈 950엔...

40일 정도 여행 중 가장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3000엔도 지불할 의향이 있어요. 여유롭게 음미하지 다음에 규슈 오게 된다면, 이 치킨난반 일정에 맞춰 와야겠습니다.

다 먹고 나왔는데도 줄이 기네요. 현지인들 사이에는 소문난 맛집인가 봅니다. 치킨난반이 아니더라도 햄버그, 포크 소테 등이 일자에 따라 제공된다는데, 다 맛있대요.

배도 부르고 날씨도 좋고. 너무 기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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