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를 나와서 무로도역으로 향하는데, 사람들이 엄청 몰려 있었다.
가보니 그 보기 힘들다는 뇌조가(!) 암수 한 마리씩 있었다.
뇌조를 보는데 운을 다 빼앗긴건지, 귀신같이 날씨가 엄청 흐려졌다.
눈 덮힌 산에, 구름까지 끼니 지도를 보면서도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아 올 때 30분 정도 걸린 길을 1시간 걸려 갔다.
무거운 짐을 덜어냈는데도, 눈길을 걷는건 굉장히 힘들었다.
역으로 돌아와 숨을 좀 돌리고, 알펜루트의 하이라이트인 유키타니(눈의 계곡)로 향했다.
6월이 지나 눈이 많이 녹았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벽이 높았다.
4월에 개장하자마자 오면 정말 멋있을 듯 하다.
도대체 어떻게 도로만 딱 눈을 파냈는지가 정말 궁금했는데, 친절하게 눈 벽에 그 공정이 설명되어 있었다.
GPS를 이용해 제설용 불도저를 도로 위에 올리고, 도로를 따라 트랙터가 계속 움직이며 눈을 퍼내는 방식.
눈의 계곡을 다 보고 이제 쿠로베댐을 향해.
여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앞에서 시간을 좀 지체하다보니 조금 서두르게 되었다.
무로도에서 다이칸보(大観峰)까지는 트롤리버스를 통해 이동한다.
일본에 유일하게 남은 트롤리버스인데, 수리 등에 사용할 재료 수급의 문제로 올해까지만 운영하고 전기버스로 바뀐다고 한다.
다이칸보까지는 10분 정도. 금방 도착한다.
근처에 별 건 없고 전망대만 떡하니 있는데, 굉장한 절경을 볼 수 있었다.
다이칸보에서 쿠로베다이라까지 케이블카로 약 10분,
쿠로베다이라에서 강삭철도로 약 10분을 더 가면 쿠로베댐이 나온다.
일본에서 가장 큰 댐 쿠로베댐.
댐이라고는 팔당댐만 주구장창 봐 왔던 나에게 "이 정도는 되어야 댐이다"라는 듯 위엄을 풍기고 있었다.
근처 나고야 등의 주부지방 뿐만 아니라 오사카 등의 간사이 지방까지의 전력을 담당한다는데,
그에 걸 맞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점심을 안 먹어서 댐 옆의 휴게소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이 정도 규모의 휴게소라면 카드도 받겠지 했는데, 현금 자판기로 결제하는 구조였다.
올라오기 전에 현금을 미리 뽑았어야 했는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결국 있는 돈 다 털어 쿠로베 댐 카레 하나 먹기로.
숙소에서 맥주를 500엔에 파는 것을 봤는데, 온천욕 후 시원하게 맥주 한 잔 하려던 내 계획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밥을 댐 모양으로 쌓은 귀여운 카레였다.
고로케도 너무 잘 튀기고, 그린커리도 향신료 향이 잘 느껴져 굉장히 맛있었다.
왜 그린커리를 썼을까...? 하고 궁금했는데, 아마도 청록색의 쿠로베호를 나타내기 위함이 아니었을지.
일본인들의 긍정적인 변태성(?)에 또 한 번 감탄하는 순간이었다.
알펜루트 여정은 일단 여기서 1부 끝! 다시 무로도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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