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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40605 호쿠리쿠

240605 - 240609 호쿠리쿠 (5)

숙소를 나와서 무로도역으로 향하는데, 사람들이 엄청 몰려 있었다.

가보니 그 보기 힘들다는 뇌조가(!) 암수 한 마리씩 있었다.

이렇게 붉은 벼슬이 있는게 수컷.

 

뇌조를 보는데 운을 다 빼앗긴건지, 귀신같이 날씨가 엄청 흐려졌다.

눈 덮힌 산에, 구름까지 끼니 지도를 보면서도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아 올 때 30분 정도 걸린 길을 1시간 걸려 갔다.

무거운 짐을 덜어냈는데도, 눈길을 걷는건 굉장히 힘들었다.

실제로는 이것보다도 안개가 더 심했다

 

역으로 돌아와 숨을 좀 돌리고, 알펜루트의 하이라이트인 유키타니(눈의 계곡)로 향했다.

6월이 지나 눈이 많이 녹았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벽이 높았다.

4월에 개장하자마자 오면 정말 멋있을 듯 하다.

벽 위에 올라간 희진언니(...) 눈사람
벽에 낙서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한 사람이 병뚜껑까지 동원해서 열정적으로 긁고 있길래 봤더니 한글을(...) 쓰고 있어서 좀 민망했다
버스보다도 훨씬 높은 눈의 벽
어느 대만 할머니가 선물이라며(?) 쥐어주고 가신 눈 피카츄.

 

도대체 어떻게 도로만 딱 눈을 파냈는지가 정말 궁금했는데, 친절하게 눈 벽에 그 공정이 설명되어 있었다.

GPS를 이용해 제설용 불도저를 도로 위에 올리고, 도로를 따라 트랙터가 계속 움직이며 눈을 퍼내는 방식.

난 도로에 열선이라도 깔아놨나 했다

 

눈의 계곡을 다 보고 이제 쿠로베댐을 향해.

여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앞에서 시간을 좀 지체하다보니 조금 서두르게 되었다.

무로도에서 다이칸보(大観峰)까지는 트롤리버스를 통해 이동한다.

일본에 유일하게 남은 트롤리버스인데, 수리 등에 사용할 재료 수급의 문제로 올해까지만 운영하고 전기버스로 바뀐다고 한다.

열차처럼 전선에 연결해서 이동하는 트롤리버스
마지막이라고 이런 기념카드를 나눠줬다.

 

다이칸보까지는 10분 정도. 금방 도착한다.

근처에 별 건 없고 전망대만 떡하니 있는데, 굉장한 절경을 볼 수 있었다.

하얀 눈과 푸른 산과 퍼런 호수. 신선이 된 기분이었다.

 

다이칸보에서 쿠로베다이라까지 케이블카로 약 10분,

쿠로베다이라에서 강삭철도로 약 10분을 더 가면 쿠로베댐이 나온다.

쿠로베다이라로 내려가면서 마주하는 풍경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쿠로베다이라에서는 다테야마역에서 탄 것과 판박이인 차를 타고 이동한다.

 

일본에서 가장 큰 댐 쿠로베댐.

댐이라고는 팔당댐만 주구장창 봐 왔던 나에게 "이 정도는 되어야 댐이다"라는 듯 위엄을 풍기고 있었다.

근처 나고야 등의 주부지방 뿐만 아니라 오사카 등의 간사이 지방까지의 전력을 담당한다는데,

그에 걸 맞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깎아지른듯한(이건 깎아지른게 맞나?) 경사에 현기증이 났다. 가물어서 물이 없어서 그런지 더 적나라하게 크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댐이 만들어낸 인공호수는 주변 산맥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점심을 안 먹어서 댐 옆의 휴게소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이 정도 규모의 휴게소라면 카드도 받겠지 했는데, 현금 자판기로 결제하는 구조였다.

올라오기 전에 현금을 미리 뽑았어야 했는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결국 있는 돈 다 털어 쿠로베 댐 카레 하나 먹기로.

숙소에서 맥주를 500엔에 파는 것을 봤는데, 온천욕 후 시원하게 맥주 한 잔 하려던 내 계획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쿠로베댐의 명물이라는 쿠로베댐 카레. 휴게소 음식 치고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밥을 댐 모양으로 쌓은 귀여운 카레였다.

고로케도 너무 잘 튀기고, 그린커리도 향신료 향이 잘 느껴져 굉장히 맛있었다.

왜 그린커리를 썼을까...? 하고 궁금했는데, 아마도 청록색의 쿠로베호를 나타내기 위함이 아니었을지.

일본인들의 긍정적인 변태성(?)에 또 한 번 감탄하는 순간이었다.

쿠로베댐의 마스코트 쿠로냥. 사진 같이 찍으려했는데 쌩하니 들어가버렸다...

 

알펜루트 여정은 일단 여기서 1부 끝! 다시 무로도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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