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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문화탐방

[수원 팔달] 연밀

수원 화성 한바퀴 하고, 맛집이라는 소리를 여러번 들었던 만두집 연밀이 근처라 찾아가보았다.

맛집 포스 제대로

 

5시를 갓 넘긴 시간이었는데 벌써부터 대기가.

회전이 빨라서 그런지 금방 들어갔다.

소스는 예전에 동북교자관에서도 추천받은 조합이었다. 라유 + 다진마늘 + 라오천추(중국식 흑식초)의 조합.

밑반찬. 짜사이가 흔히 보이는 고추기름에 버무리지 않고 파와 함께 가볍게 무친거였는데, 술술 들어갔다.

 

메뉴. 많이들 시킨다는 건두부요리를 하나 시키고,

부추 + 고기 + 새우의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인 삼선빙화만두, 부추 + 삼치(!) 조합의 삼치물만두를 시켰다.

삼치를 넣은 만두라니.  내가 알고 있는 생선 말고 다른 삼치가 있나? 하고 찾아볼 정도로 생소했다.

희한한 맛은 칭찬은 아닌 것 같은데...

허영만 아저씨가 진행하는 프로에 나왔었네.

중국 동북지역 음식은 많이 먹어봤는데, 대부분 흔하게 볼 수 있는 연길 지방 양꼬치 집들이나 많이 가 봤지,

하얼빈 지역의 음식은 또 처음이다.

 

먼저 나온 삼선빙화만두(12,000원).

일본에서 보통 먹는 교자처럼 전분물로 날개를 만든 만두였다.

이렇게 날개가 달린 만두를 중국에서는 빙화만두(冰花煎餃)라고 한다고.

 

풍부한 육즙과 바삭하고 얇은 날개.

투박하게 내놓아도 숨길 수 없는 내공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피의 두께와 부추/새우/고기로 구성된 속의 맛 밸런스가 정말 절묘했다.

하얼빈 맥주 한병 곁들이면 참 좋겠다 싶었다. 만두를 씹는 동안 대리를 불러야하나 한 10번 고민했던 것 같다.

 

다음이 문제의 삼치물만두(12,000원).

한 입 베어 물으니 오묘한 향의 어즙이 입에 퍼졌다.

부추가 생선의 비린내를 정말 잘 잡아줬고, 고기과는 다른 삼치의 고소함이 은근히 만두에 맞았다.

근데 호불호는 갈리는 듯. 날 제외한 일행 두 명은 약간 입에 안 맞는 듯 했다.

아쉬웠던건 삼치와 부추가 너무 곱게 갈렸다는 것? 삼치 특유의 쫄깃한 살이 씹히는 것을 기대했는데.

부추... 너무 잘죠...? 삼치... 너무 곱죠...? 텍스쳐가 없잖아요.

 

 

다음으로 나온 건두부 요리(13,000원). 

당연히 양꼬치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매콤새콤하게 무쳐낸 건두부무침일 것이라 생각해
왜 이름을 건두부 요리라고 했지...? 했는데

전혀 다른 요리였다.

데친 건두부에 간장소스 + 향미유를 끼얹고 마늘과 고추를 올려낸 요리.

맛은 정말 괜찮았는데, 생각보다 기름졌고, 고추와 마늘이 느끼함을 잡아주지는 못했다.

맥주 안주로는 정말 괜찮을 듯. 여기서 대리 부를까 고민을 한 100번 더 했다.

막판에 만두용 소스를 약간 찍어서 먹어봤는데, 이게 딱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맛에 변주를 주었다.

만두에 당근이 꽤 많이 들어 있었다.

 

너무 음식들이 취향에 맞아서 추가로 시킨 양고기찐만두(10,000원)

양고기는 그럴 수 있겠다 했는데, 거기에 당근을 넣어서 만두를 빚는다고...?

여기까지 오니까 위에서 맛이 희한하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정말 양고기 + 당근의 조합이 맛이 있을 것이라 상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양고기의 당근의 향이 정말 잘 어울렸다.

당근의 단 맛 때문에 식초 소스와는 약간 궁합이 안 맞았지만.

이것도 양고기가 너무 곱게 갈려서 식감이 좀 아쉬웠는데,

베어 물지 않고 한 입에 만두를 털어넣으니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애초에 복스럽게 먹어야 할 만두를 깨작깨작 먹으면서 불평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

 

너무 만족스럽게 먹어서, 한 달 동안은 만두 생각 안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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